김미경 주방장의 대구FC 9년 스토리
입력 : 2013.02.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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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정지훈기자=대구FC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김미경씨는 대구FC에 온지 올해로 9년 째다.

박종환 창단감독으로부터 현재 당성증 감독까지 두루 함께 하고 있는 산 증인이다. 감독들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박종환 감독은 엄하고 성격이 급하기는 했지만 자상하고 인정이 많은 분이라고 서슴없이 평가한다. 지금도 대구를 찾으면 꼭 식당에 들려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신다며 박감독을 그리워했다. 아울러 그 때가 팀의 성적이 가장 좋았을 때였던 같다고 회상했다.

변병주 감독은 주방에 간섭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일하기는 좋았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이영진 감독 시절에는 자신의 박봉을 눈치 챈 감독과 선수들이 돈을 갹출해 전해주기 시작한 것이 지금껏 전통이 되다시피 했다고 고마워했다. 브라질 감독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며 단지 성적이 괜찮았던 감독인 것으로 보아 능력 있는 분이라고 판단했다.

당성증 감독은 유일하게 팀에서 코치가 감독으로 승진한 경우라 몹시 고무적인 일이라며 당 감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팀을 잘 가꾸어 나갈 것이라 진단했다.

역대 사장들 중에서는 현재 대표이사인 김재하 사장이 취임 후 여러 번 주방에 들려 격려해주고 선수단에 각별히 신경을 써줄 것을 당부한 자상한 분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번 여행도 대표이사의 특별 배려였다.

이제는 선수들과 오래 어울리다 보니 선수를 보는 눈도 생겼다며 경기를 보지 않아도 될 선수와 안 될 선수가 구분된다고 했다. 그녀는 인성이나 성품이 좋지 않은 선수, 평소 식습관이 까다로운 선수 등은 주전이나 대표선수가 된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많은 선수들이 거쳐 갔지만 지금도 종종 전화를 해오거나 원정 경기를 오면 잊지 않고 연락을 주는 선수들이 고맙단다.

얼마 전에도 전북 현대로 이적한 송재헌 선수에게서 국제전화가 왔다며 이동국 선수와 같은 스타일이라 잘 견뎌낼까 걱정스럽다고 전임 감독(?)다운 우려를 했다.

역대 주장들 중에는 완장을 차고 경기장에서 선수를 대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현재 유경렬 주장은 동료선수가 몸이 안 좋거나 컨디션이 저하되어 있으면 방으로 찾아가 다독여주고 문제 해결도 해 주는 등 매우 자상하고 따듯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아마 역대 주장 중에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떤 때는 구단의 처우가 불만스럽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9년의 세월이 결코 아깝거나 부끄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열심히 운동하는 선수를 보면 기운이 난다고 하며 웃는다.

앞서 5명의 주방장을 모셨고 자신이 6대 주방장이라며 그분들이 재직했던 3년보다 두 배나 되는 기간을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단다. 삼십 대 중반에 입단해 어느 덧 사십 대 중반이 되었고, 왜 좋은 곳 다 버리고 그런 고생을 하느냐고 하던 주위의 친구들이 지금은 부러워한다며 자신도 자랑스럽다고 했다. 팀에서 내쫒지 않는 한 자신을 알아주는 대구FC를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한다.

4일 터키 안탈리아 캠프를 떠난 김미경 씨는 생각 같아서는 더 남아서 선수들 식사를 챙겨주고 싶다고 했다. 선수들도 비나 많이 와 비행기가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니 가히 주방 이모의(선수들은 그녀를 이모라고 부른다.) 인기를 가늠하고도 남을만하다.

가끔 자신보다 구단을 더 사랑하는 남편의 질투를 받기도 하지만 자신을 이해해 주는 남편과 아이들이 한없이 고맙다고 했다.

사진=S&P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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