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녀’, ‘보드카’. 이들은 러시아를 수식하는 대표 키워드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것이 ‘러시아 축구’다. 최근 유수의 해외 축구 언론을 통해 러시아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출몰하지만 우리는 정작 러시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스포탈코리아’가 준비했다. 매주 금요일 ‘풋볼스키’라는 이름으로 러시아의 최신 이슈와 소식을 독자에게 전한다.
모든 팀에는 레전드가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알프레도 디스테파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보비 찰튼, 산투스의 펠레, 나폴리와 보카 주니오스의 디에고 마라도나, 아약스 암스테르담의 요한 크러이프, 바이에른 뮌헨의 프란츠 베켄바우어.
실력 뿐 아니라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스타다. 이외에도 전 세계적인 인지도 측면에서는 조금 덜 알려졌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또 한명의 레전드가 있다. 바로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의 심장’이라 불리는 드미트리 로스코프(39)다.
레전드의 자격 NO.1 : 4경기에 ‘12골, 7어시스트’.. 이게 가능해?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는 83년이라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의 명문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음에도 러시아리그 우승 횟수는 단 2회에 불과하다. 로코모디브의 전력이 모스크바를 연고로 하는 또 다른 클럽 스파르탁 모스크바와 쩨스카 모스크바(CSKA)에 항상 밀리는 형세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 도 로코모디브가 우승컵을 들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로스코프의 존재에 있다.
1997/1998 시즌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의 필라토프 회장이 영입한 로스코프는 천천히 팀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레전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총 30경기를 치르는 러시아 리그에서 매년 빠짐없이 15(골)-15(어시스트)라는 기록을 만들어내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특히 로스코프는 2001/2002시즌에는 32(골)-24(어시스트)를 기록하는등 절정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리그 탑 클래스의 선수로 평가 받았다. (이 기록은 러시아리그에서 중앙 미드필더가 기록했던 한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다.)
하지만 ‘잘나가는’ 로스코프에게도 내심 아쉬운 것이 있었다. 로코모티브가 모스크바 연고 라이벌 스파르탁 모스크바에 밀려 리그 우승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 로스코프는 2002/2003 시즌 한 가지 파격 발언을 하게 된다. 로스코프가 리그의 시작을 알리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 시즌 우승팀은 분명 로코모티브다. 왜냐하면 이번 시즌에 팀이 우승을 못하면 내가 은퇴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은퇴하고 싶지 않다. 고로 우리 팀은 우승한다”며 자신의 축구인생을 거는 발언을 한것이다.
팀의 주축선수인 로코모티브의 폭탄 발언 때문일까? 로코모티프는 리그 시작 후 17경기 무패라는 팀 창단 역사상 최고의 무패 기록을 내며 우승 가도를 달렸다. 반면 이상하리도 우승 제조기였던 스파르탁 모스크바는 연패를 거듭하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그렇다고 로코모티브는 안심할 수 없었다. 모스크바를 연고로 하는 또 다른 팀인 CSKA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리그 26라운드까지는 CSKA의 승점이 로코모티브보다 4점 앞서 있는 상황이었다.
로스코프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남은 4경기 동안 12골 7어시스트라는 가공할만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결국 로코모티브는 로스코프의 활약에 힘입어 리그가 종료된 시점에 CSKA와 승점 동률을 이루며 ‘골든 매치’까지 이끌어 냈다.
이제 그가 그리 자신하던 우승까지 남은 경기는 단 1경기. 그는 끝매듭까지 확실하게 지어냈다. 로스코프는 CSKA와의 마지막 ‘골든 매치’에서 전반 6분, 페널티 에어라인 근처에서 간결한 오른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기록한 것이다. 그야말로 2002/2003 시즌의 로코모티브의 우승은 ‘로스코프의, 로스코프에 의한, 로스코르를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로코모티브의 골키퍼였던 세르게이 오브치니코프는 로스코프의 활약상을 이렇게 기억한다. “브라질에 호나우두가 있고, 프랑스에 지단이 있다면, 러시아에는 로스코프가 있다. 만약 그가 브라질이나 프랑스처럼 좋은 선수들이 많은 나라에 태어났다면 그들과 견줄 수 있는 선수가 됐을 것이다. 동료로서 그를 뒷받침 해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다.”
레전드의 자격 NO.2: 우유 값만 준다면 돈은 중요치 않아
이별은 종종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고 했다. 영원히 로코모티브에 남을 것 같았던 로스코프도 다를 것 없었다. 2007년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를 지휘했던 비쇼베츠 감독과의 불화가 그 원인이었다.
당시 로코모티브의 수장이었던 비쇼베츠 감독은 강압적인 선수 관리로 팀을 운영하기로 유명했다. 이에 평소 자유로운 훈련과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해주길 원하는 선수단과의 마찰은 예고된 수순이었고, 선수단은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경기에 뛰지 않겠다는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로스코프가 있었다.
보이콧에 참가한 선수들은 팀의 핵심인 로스코프가 중심이 되면 비쇼베츠 감독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 했지만, 이는 크나큰 착오였다. 아니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 한 격이 됐다. 화가 잔뜩 난 비쇼베츠 감독이 팀의 단합을 이유로 구단주에 건의해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선수들을 싼값에 FC 사투른 모스크바 오블라스트로 팔아 버린 것이다. 보이콧의 중심이었던 로스코프 또한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논란의 대상이었던 비쇼체프 감독도 리그 7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고 같은 해에 해임되긴 했지만 로코모티브의 팬들로서는 살아있는 레전드나 다름없던 로스코프를 잃었다는 슬픔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0년 7월, 로코모티브의 팬들은 기쁜 소식을 접한다. 바로 로스코프의 복귀 소식이다. 그것도 전성기 시절의 백넘버였던 ‘10번’을 그래도 단 채 말이다. 이적 소식도 그렇지만 팬들을 감동하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이적이 성사되기 2주일 전 러시아 스포츠 언론 ‘스뽀르뜨 익스쁘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로스코프가 한 발언 때문이다.

로스코프는 11년 동안 활약했던 르코모티브 복귀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르코모티브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이유가 돈이라 하는데, 나에게 금전적인 부문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단지 기름 값과 내 자식들에게 먹일 우유 값만 있으면 된다. 얼마를 주든지 상관없다. 단 내가 원하는 것은 고향과 같은 팀의 잔디를 밟고 우리 팬들의 함성을 듣고 싶은 것뿐이다”
로코모티브와의 인연을 다시 맺게 된 로스코프는 아직까지도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예전 같지 않는 경기력, 러시아리그의 수많은 스타 선수들의 출현으로 로스코프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있지만 레전드의 경기력은 잠시 주춤할지 몰라도 그 유산과 산물은 오래 남는 법이다. 그렇기에 로코모티브 팬들의 기억 속에 로스토프는 ‘모스크바의 전설’일 수밖에 없다.
글= 김성민 기자
사진= 로코모티브 공식 홈페이지, 싸벳스키 스뽀르뚜 홈페이지 캡쳐
모든 팀에는 레전드가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알프레도 디스테파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보비 찰튼, 산투스의 펠레, 나폴리와 보카 주니오스의 디에고 마라도나, 아약스 암스테르담의 요한 크러이프, 바이에른 뮌헨의 프란츠 베켄바우어.
실력 뿐 아니라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스타다. 이외에도 전 세계적인 인지도 측면에서는 조금 덜 알려졌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또 한명의 레전드가 있다. 바로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의 심장’이라 불리는 드미트리 로스코프(39)다.
레전드의 자격 NO.1 : 4경기에 ‘12골, 7어시스트’.. 이게 가능해?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는 83년이라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의 명문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음에도 러시아리그 우승 횟수는 단 2회에 불과하다. 로코모디브의 전력이 모스크바를 연고로 하는 또 다른 클럽 스파르탁 모스크바와 쩨스카 모스크바(CSKA)에 항상 밀리는 형세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 도 로코모디브가 우승컵을 들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로스코프의 존재에 있다.
1997/1998 시즌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의 필라토프 회장이 영입한 로스코프는 천천히 팀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레전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총 30경기를 치르는 러시아 리그에서 매년 빠짐없이 15(골)-15(어시스트)라는 기록을 만들어내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특히 로스코프는 2001/2002시즌에는 32(골)-24(어시스트)를 기록하는등 절정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리그 탑 클래스의 선수로 평가 받았다. (이 기록은 러시아리그에서 중앙 미드필더가 기록했던 한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다.)
하지만 ‘잘나가는’ 로스코프에게도 내심 아쉬운 것이 있었다. 로코모티브가 모스크바 연고 라이벌 스파르탁 모스크바에 밀려 리그 우승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 로스코프는 2002/2003 시즌 한 가지 파격 발언을 하게 된다. 로스코프가 리그의 시작을 알리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 시즌 우승팀은 분명 로코모티브다. 왜냐하면 이번 시즌에 팀이 우승을 못하면 내가 은퇴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은퇴하고 싶지 않다. 고로 우리 팀은 우승한다”며 자신의 축구인생을 거는 발언을 한것이다.
팀의 주축선수인 로코모티브의 폭탄 발언 때문일까? 로코모티프는 리그 시작 후 17경기 무패라는 팀 창단 역사상 최고의 무패 기록을 내며 우승 가도를 달렸다. 반면 이상하리도 우승 제조기였던 스파르탁 모스크바는 연패를 거듭하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그렇다고 로코모티브는 안심할 수 없었다. 모스크바를 연고로 하는 또 다른 팀인 CSKA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리그 26라운드까지는 CSKA의 승점이 로코모티브보다 4점 앞서 있는 상황이었다.
로스코프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남은 4경기 동안 12골 7어시스트라는 가공할만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결국 로코모티브는 로스코프의 활약에 힘입어 리그가 종료된 시점에 CSKA와 승점 동률을 이루며 ‘골든 매치’까지 이끌어 냈다.

이제 그가 그리 자신하던 우승까지 남은 경기는 단 1경기. 그는 끝매듭까지 확실하게 지어냈다. 로스코프는 CSKA와의 마지막 ‘골든 매치’에서 전반 6분, 페널티 에어라인 근처에서 간결한 오른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기록한 것이다. 그야말로 2002/2003 시즌의 로코모티브의 우승은 ‘로스코프의, 로스코프에 의한, 로스코르를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로코모티브의 골키퍼였던 세르게이 오브치니코프는 로스코프의 활약상을 이렇게 기억한다. “브라질에 호나우두가 있고, 프랑스에 지단이 있다면, 러시아에는 로스코프가 있다. 만약 그가 브라질이나 프랑스처럼 좋은 선수들이 많은 나라에 태어났다면 그들과 견줄 수 있는 선수가 됐을 것이다. 동료로서 그를 뒷받침 해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다.”
레전드의 자격 NO.2: 우유 값만 준다면 돈은 중요치 않아
이별은 종종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고 했다. 영원히 로코모티브에 남을 것 같았던 로스코프도 다를 것 없었다. 2007년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를 지휘했던 비쇼베츠 감독과의 불화가 그 원인이었다.
당시 로코모티브의 수장이었던 비쇼베츠 감독은 강압적인 선수 관리로 팀을 운영하기로 유명했다. 이에 평소 자유로운 훈련과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해주길 원하는 선수단과의 마찰은 예고된 수순이었고, 선수단은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경기에 뛰지 않겠다는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로스코프가 있었다.
보이콧에 참가한 선수들은 팀의 핵심인 로스코프가 중심이 되면 비쇼베츠 감독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 했지만, 이는 크나큰 착오였다. 아니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 한 격이 됐다. 화가 잔뜩 난 비쇼베츠 감독이 팀의 단합을 이유로 구단주에 건의해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선수들을 싼값에 FC 사투른 모스크바 오블라스트로 팔아 버린 것이다. 보이콧의 중심이었던 로스코프 또한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논란의 대상이었던 비쇼체프 감독도 리그 7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고 같은 해에 해임되긴 했지만 로코모티브의 팬들로서는 살아있는 레전드나 다름없던 로스코프를 잃었다는 슬픔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0년 7월, 로코모티브의 팬들은 기쁜 소식을 접한다. 바로 로스코프의 복귀 소식이다. 그것도 전성기 시절의 백넘버였던 ‘10번’을 그래도 단 채 말이다. 이적 소식도 그렇지만 팬들을 감동하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이적이 성사되기 2주일 전 러시아 스포츠 언론 ‘스뽀르뜨 익스쁘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로스코프가 한 발언 때문이다.

로스코프는 11년 동안 활약했던 르코모티브 복귀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르코모티브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이유가 돈이라 하는데, 나에게 금전적인 부문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단지 기름 값과 내 자식들에게 먹일 우유 값만 있으면 된다. 얼마를 주든지 상관없다. 단 내가 원하는 것은 고향과 같은 팀의 잔디를 밟고 우리 팬들의 함성을 듣고 싶은 것뿐이다”
로코모티브와의 인연을 다시 맺게 된 로스코프는 아직까지도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예전 같지 않는 경기력, 러시아리그의 수많은 스타 선수들의 출현으로 로스코프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있지만 레전드의 경기력은 잠시 주춤할지 몰라도 그 유산과 산물은 오래 남는 법이다. 그렇기에 로코모티브 팬들의 기억 속에 로스토프는 ‘모스크바의 전설’일 수밖에 없다.
글= 김성민 기자
사진= 로코모티브 공식 홈페이지, 싸벳스키 스뽀르뚜 홈페이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