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택의 비즈니스 풋볼]한국 축구 중장기 계획 세워야 산다
입력 : 2013.06.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우리 축구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선수와 지도자들이 모두 애쓴 결과다. 우선 그들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노고에 대한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본선 진출 성공에도 불구하고 뭔가 제대로 되 가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떠나지 않는다.

최근 대표 팀 감독을 지낸 조광래 감독이나 최강희 감독의 열정적 헌신에도 무슨 까닭인지 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대표 팀을 맡았을 때는 제 일 목표가 월드컵 본선진출이라는 것이었으니 애써 그들의 성과를 폄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수준에 대표 팀을 이르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많은 국내 선수들이 결코 진출하기 쉽지 않은 유럽 빅 리그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면 선수들의 기량이 세계적 수준에 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도 한 때 우리 선수들을 유럽 무대에 진출시키려는 노력을 했지만 빅 리거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다. 국내에서 이 정도 하면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갖은 것이 고작이었던 것 같다. 상대 팀을 잘못 고르거나 그곳 지도자의 취향을 잘못 읽은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수준에 못 미쳤던 것이다.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결국 유럽 무대에 우리 선수들이 진출하게 된 결정적 동기는 2002년 월드컵에서 실력을 확인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히딩크 감독이었다. 그는 선수를 보는 눈도 남달랐지만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실성’으로 바꾸는 능력이 있었다. 우리는 역대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기 위한 분석만 무성했지 우리의 체질을 개선해 영원한 국제적 강자가 되는 길을 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만약 노력했다고 강변한다면 그 방향이 잘못 되었다고 지적하고 싶다.

이제 우리는 축구 강국이 되는 중장기 전략을 택해야 한다. 그러면 16강이든 4강이든 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축구 인프라 중 하드웨어 쪽은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갖춰져 있다. 언젠가 필자가 축구장 잔디는 잘 깔렸는데 혹시 우리의 의식 수준은 아직 맨땅 수준이 아닌지 되짚어보자고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축구인들을 깎아내리려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한번 쯤 숙고해 볼 만한 이야기였다. 나는 아직도 그 말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운동경기건 노력 없이 우승하는 경우는 없다. 잘 갖추어진 운동장을 비롯한 경기시설, 그 경기의 당사자인 지도자와 선수들, 그리고 열정적인 관중이 있을 때만이-나는 이를 축구의 삼대 요소로 본다-축구 강국으로 자리를 옮겨갈 수가 있는 것이다. 말하나마나 그런 일을 완수하기 위한 계획은 중장기적이어야 하고 우리 모두의 열정과 노력으로 이루어야 한다. 우리가 여덟 번 씩이나 본선 진출을 이루어놓고도 왠지 마음에 차지 않고, 뭔가 불안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선수들의 빅 리그 진출만을 말할 것이 아니라 지도자들도 빅 리그에 진출해 지도자 수업을 받아야한다. 지금으로서는 빅 리그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장차 지도자로 변신할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미 차범근 감독과 허정무 감독이 그와 같은 전철을 밟아 국내에서 지도자로 활약했지만 자신들이 선수로 뛸 때와 지도자가 되었을 때는 축구환경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지도자로서 국내 축구에 공헌한 바는 지대하다.

축구 경기 역시 국제화 되었다. 우리 축구는 급속하게 변모하는 국제화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그런 소극적 참여를 떠나서 적극적으로 지도자를 길러내는 노력이 요구된다.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지만 협회, 연맹, 혹은 구단이 나서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럴 때만이 유능한 지도자를 길러낼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내 리그에서 우승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작은 즐거움이다. 좀 더 큰 즐거움을 맛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프로구단도 자신들이 지명하고 있는 선수들을 은퇴 후 축구선진국으로 보내 지도자 수업을 받게 해야 한다. 자신의 축구팀을 위해 고생했으니 은퇴 후 보상한다는 생각이나, 생색이나 내려고 소리 소문 없이 잠깐 동안 외유성 연수를 시키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계획적이고 적극적으로 지도자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축구가 축구 강국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이 심심찮게 빅 리그에 진출하는 것처럼 지도자들도 빅 리그 팀들의 부름을 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최호택(S&P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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