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용의 메타 템포] 유벤투스 10번 테베스, 제 2의 델피에로 될까
입력 : 2013.06.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2000년대 중반까지 유럽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던 이탈리아 축구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승부 조작과 인종 차별, 폭행 사건 등이 문제가 되며 스타 선수들이 하나 둘 잉글랜드나 스페인으로 떠났다. 하지만 세계 축구 전술의 변화에는 늘 이탈리아가 중심이었다. 이제 겨우 다사다난했던 이탈리아 축구의 전반전이 끝났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후반전을 앞두고 ‘메타 템포’(하프타임)를 가져본다.

지난 26일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29)가 유벤투스의 이적을 확정지었다. 그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유벤투스의 새로운 공격수를 찾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테베스는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가 떠나고 공석이었던 등번호 10번을 달게 됐다.

공격진의 무게감을 더해줄 테베스

2012/2013 시즌 유벤투스는 세리에A 우승을 차지하며 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유벤투스는 이탈리아 국가 대표의 수비를 담당하는 단단한 수비진과 MVP라인(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아르트로 비달, 안드레아 피를로)으로 이루어진 미드필더들의 활약으로 스쿠테토를 차지했다.

하지만 우승을 차지한 유벤투스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공격진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팀의 공격진 중 두자리 수 득점을 올린 선수는 10골을 기록한 미르코 부치니치 혼자였다. 부치니치는 미드필더 비달과 함께 팀내 최다 득점자다.

부치니치를 포함한 유벤투스의 네 명의 공격수는 은 리그 38경기를 치르는 동안 34득점에 그쳤다. 유벤투스가 리그 총 71골을 기록했는데 그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빈약한 득점수다. 경기당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공격수들이 있음에도 유벤투스는 미드필더와 수비수들 가릴 것 없이 득점에 참여하면서 나폴리에 이어 팀 최다 득점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특정 선수에게 득점이 집중 되지 않은 것은 공격의 다양성을 나타내며 상대 수비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이는 세리에A에서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토너먼트 대회인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와 코파 이탈리아 컵에서는 적절한 순간 득점이 이뤄지지 않으며 바이에른 뮌헨과 라치오에게 덜미를 잡혔다.

이에 무게감 있는 공격수 영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안토니오 콩테 감독은 아틀레틱 빌바오의 장신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를 자유 이적으로 영입에 성공했다. 이어 곤잘로 이과인, 스테판 요베티치 등 공격수들과 이적설이 나오던 유벤투스는 결국 테베스를 낙점, 영입에 성공했다.

테베스는 공격 전술적으로 유용한 카드다. 그는 최전방 공격수와 좌우 측면, 처진 공격수로도 활약할 수 있는 전천후 공격수다. 그의 합류로 유벤투스의 공격진은 힘을 더 발휘 할 수 있게 됐다.

델 피에로의 10번...테베스에게?

테베스는 델 피에로가 팀을 떠나기 전까지 16시즌 동안 달았던 10번을 달게 됐다. 1993년 유벤투스에 입단한 델피에로는 총 19시즌 동안 705경기에 출장, 290골을 넣으며 유벤투스의 역사와 함께 했다. 그는 팀이 승부 조작 사건으로 2부리그 강등 됐음에도 의리를 지키며 팀에 남아 다음 시즌 바로 승격시켰다.

델 피에로는 유벤투스의 상징인 10번을 1995/1996 시즌을 앞두고 받았다. 당시 팀의 에이스였던 로베르토 바지오가 AC 밀란으로 떠나자 10번을 물려받게 된 것이다. 많은 팬들은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보냈지만 델 피에로는 우려를 자신의 실력으로 잠재웠다. 델 피에로의 활약에 유벤투스는 1995/1996 시즌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델 피에로는 세리에A 우승 8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등의 영광을 팀에 안겼다. 2001년부터는 팀의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으며 2011/2012 시즌 유벤투스를 우승으로 이끌고 팀을 떠났다. 델 피에로는 그라운드 위의 실력 뿐만 아니라 운동장 밖의 사생활적인 면에서도 모범을 보이며 유벤투스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다.

그렇다면 과연 테베스가 유벤투스의 10번에 어울릴까. 테베스는 분명 실력으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7시즌 동안 3개 팀(웨스트 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에서 266경기 출장해 114골을 넣었으며 리그 우승 3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또한 2010/2011 시즌에는 리그 득점왕에도 올랐다.

하지만 테베스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사고를 일으킨 문제아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날 당시 팀의 라이벌인 맨체스터 시티를 택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에게 많은 미움을 받았다. 떠난 뒤에도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과 설전을 주고 받았다.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테베스는 계속 사고를 쳤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명령을 어기며 교체 투입을 거부해 한동안 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운동장 밖에서도 그는 무면허 운전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실력과 인품 모든 면에서 팬들에게 인정을 받았던 델 피에로의 번호를 달게 된 테베스가 과연 실력 외적인 면에서도 유벤투스 팬들의 사랑을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글=김도용
사진=ⓒMatt West/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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