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드림 아시아 풋볼] 월드컵 향한 자케로니의 위험한 승부수
입력 : 2013.07.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유럽과 남미로 양분된 세계 축구계의 판도를 볼 때 아시아는 축구의 변방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시아는 무궁한 잠재력과 기회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세계 정상에 오를 그날을 기다리며 축구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드림 아시아 풋볼은 세계 정상을 향하는 아시아 축구를 조명해 아시아 축구의 발전을 바라는 시간이다.

동아시안컵이 20일부터 28일까지 서울과 화성에서 열린다. 한국, 중국, 일본, 호주가 참가하는 동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가리는 대회이자 아시아 최강의 팀을 정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출전국들이 최정예로 멤버를 꾸리지 않더라도 대회의 역사, 의미 등을 볼 때 성적은 중요하다.

A매치 기간에 열리지 않기에 해외파 소집은 어렵다. 그러나 국내파에서도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 많기에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은 동아시안컵에서 승부에 집착하기 보다는 신예 발굴의 장으로 삼기로 했다. 그에게는 동아시안컵에서의 작은 트로피를 하나 갖고 가는 것보다 내년 6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이라는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으로 ‘아시아 챔피언’이라는 칭호도 갖고 있다. 한 대륙의 챔피언이 월드컵에서 모두가 수긍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자신이나 일본 모두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자케로니 감독이 선택한 선수 구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네임 밸류, 국가대표로서의 경력 등을 볼 때 동아시안컵에 나서는 일본은 대표 2진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동아시안컵에 나서는 23명의 일본 선수 중 주전이라 부를 선수는 A매치 75회 경력을 자랑하는 코마노 유이치 한 명이다. 자케로니 감독 부임 후 쿠리하라 유조, 마키노 토모아키가 A매치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이들의 A매치 기록은 각각 17경기, 11경기다.

게다가 자케로니 감독은 무려 15명을 A매치 경험 ‘0’의 선수들로 구성했다. 15명 중 7명은 대표팀 발탁 자체가 처음인 선수들이다. 철저히 선수들을 테스트한 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솎아내 월드컵 준비를 향한 최정예 팀에 합류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자케로니 감독의 결정은 위험하면서도 일본의 미래를 위한 승부수이기도 했다. 어찌 보면 무의미할 수도 있는 국제대회인 만큼 새로운 세대의 국제 경험 체득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지난해 사간 토스의 돌풍을 이끌었던 공격수 토요다 요헤이 같이 J리그의 실력파들이 국제 무대에서 통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자케로니 감독은 이를 통해 선수층을 두텁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약점으로 꼽혔던 중앙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 스트라이커 포지션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기도 하다.

자케로니 감독은 중앙 수비수로 요시다 마야(사우샘프턴), 콘노 야스유키(감바 오사카)를 중용하지만 이들을 대체할 선수를 찾지 못했다. 백업 멤버들의 기량이 특출 나게 뛰어나지 않아 주전 선수들에게 의존했다.

해외파들이 중심이 된 허리진, 공격진도 마찬가지였다. 마에다 료이치(주빌로 이와타), 엔도 야스히토(감바 오사카), 나카무라 켄고(가와사키 켄고) 같이 해외파 못지 않은 기량을 갖춘 이들도 있지만 한정된 선수로는 전력의 저하가 쉽게 발생한다. 그렇기에 J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하는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보고 향후 선수 운용의 폭을 넓히려 한다.

자케로니 감독이 동아시아컵 출전 명단을 발표하면서 “승리에 집착해 대표팀 수준의 선수를 못 찾는 것보다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대표팀에 들어올 선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러나 동아시안컵에는 한일전이 있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맞대결이다. 아무리 선수 찾기가 중요하더라도 한일전에서 패한다면 자케로니 감독의 입지는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가 이러한 선수 구성을 한 데는 미래를 보고 있어서다.

이는 자케로니 감독의 위험한 승부수라 볼 수 있다. 반대로 과감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자케로니 감독의 이러한 결정이 해피 엔딩으로 끝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 일본, 동아시안컵 대표팀 명단
GK : 하야시 타쿠토(베갈타 센다이), 니시카와 슈사쿠(산프레체 히로시마), 곤다 슈이치(FC 도쿄)
DF : 코마노 유이치(주빌로 이와타), 쿠리하라 유조(요코하마 F.마리노스), 치바 카즈히코(산프레체 히로시마), 모리와키 료타, 마키노 토모아키(이상 우라와 레즈), 모리시게 마사토(FC 도쿄), 스즈키 다이스케(가시와 레이솔)
MF : 아오야마 토시히로, 타카하기 요지로(이상 산프레체 히로시마), 타카하시 히데오(FC 도쿄), 야마구치 호타루, 오기하라 타카히로(이상 세레소 오사카), 시바사키 가쿠(가시마 앤틀러스)
FW : 토요다 요헤이(사간 토스), 야마다 히로키(주빌로 이와타), 카키타니 요이치로(세레소 오사카), 사이토 마나부(요코하마 F.마리노스), 쿠도 마사토(가시와 레이솔), 오사코 유야(가시마 앤틀러스), 하라구치 겐키(우라와 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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