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인사이드] '캡틴' 제라드의 이별 인사, '굿바이' 아닌 '소롱'이다
입력 : 2015.01.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경헌 기자= 그대는 나를 바렸지만 나는 그대를 버리지 않았다. 리버풀의 심장으로 살아온 '캡틴' 스티븐 제라드(35)의 이별 이야기다.

리버풀은 지난 2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제라드가 2014/2015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다고 전했다. 설마가 현실이 됐다. 제라드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과의 계약이 만료된다. 하지만 리버풀은 제라드와 재계약을 맺는 데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리버풀은 11월까지도 제라드에게 재계약 제안을 하지 않았다. 제라드가 공개적으로 재계약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밝혔을 정도다. 재계약이 지연된 건 리버풀이 제라드를 지키고 싶어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다. 이는 리버풀 보드진의 최대 실수로 봐야 한다"라고 보도했다.

리버풀의 또 하나 전설이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리버풀 유스팀 출신인 제라드는 지난 27년 동안 리버풀 유니폼을 벗지 않은 '원클럽맨'이다. 또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UEFA컵(현 UEFA 유로파리그) 우승, FA컵 우승 2회, 리그컵 우승 3회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아직까지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험만 없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긴 힘들었다. '상징성'과 '세대교체'의 저울질에서 리버풀의 고민은 커졌다. 브랜단 로저스 감독은 "리버풀은 제라드 없이도 발전해야 한다. 우리가 매번 그에게 의존할 수는 없다"라며 리버풀의 상징인 제라드를 벤치에 앉히고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시나리오를 늘려 나갔다.

결국 제라드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는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리버풀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내게 매우 힘든 선택이었다. 여기서 보낸 시간은 나와 내 가족들에게 매우 행복했다. 리버풀을 위해 선수이자 주장으로 뛴 것은 특권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제라드는 끝까지 리버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어떠한 그 무엇으로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라며 커다란 울림을 남겼다. 그는 "리버풀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다. 언젠가 어떠한 방식이 될지 모르겠지만 리버풀로 돌아와 팀을 위해 일하고 도우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에 현역 시절 제라드와 함께 리버풀의 상징으로 불리웠던 제이미 캐러거는 현지 언론과 SNS를 통해 "리버풀을 비롯해 잉글랜드 축구계에 슬픈 하루다. 리버풀이 코치직을 제의해서라도 잡아야 했다. 제라드가 리버풀을 떠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캐러거의 바람은 비록 지금은 아니더라도 추후에 더 부푼 감동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EPL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제라드의 한 맺힌 소원 역시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제라드는 과거 인터뷰에서 "내 나이에는 현역 은퇴 후 무엇을 할 지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코치보다 감독이 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언젠가 리버풀 지휘봉을 잡는 날이 온다면 내 꿈이 이뤄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의 이별 인사가 '굿바이(Good bye)'가 아닌 '소롱(So long)'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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