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유지선 기자= ‘리버풀의 심장’은 역시 스티븐 제라드(35)였다. 제라드가 리그2(4부리그) 소속의 AFC 윔블던을 상대로 두 골을 몰아넣으며 리버풀의 FA컵 32강행을 주도했다.

제라드는 6일 새벽(한국시간) 체리 레드 레코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윔블던과의 2014/2015 잉글랜드 FA컵 3라운드(64강전)에서 선발 출전해 멀티골을 터뜨리며 리버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는 제라드가 리버풀과의 이별을 선언한 뒤 치르는 첫 경기였다. 그만큼 각오도 남달랐을 터. 제라드는 전반 11분 만에 윔블던의 골망을 흔들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하비에르 만퀴요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줬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제라드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몸의 중심이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결과였다.

동점골을 허용하며 1-1로 팽팽하던 상황에서도 ‘해결사’로 나선 건 제라드였다. 후반 16분 아크 왼쪽에서 찬 감각적인 오른발 프리킥이 수비벽 위를 지나 그대로 윔블던의 골문을 향했다. 골문 구석을 향한 날카로운 슈팅에 상대 골키퍼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제라드는 이날 5개의 슈팅 중 무려 4개가 골문을 향했을 정도로 남다른 집중력을 보여줬다. 이에 유럽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제라드에게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인 9.3점을 부여했고,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로 선정했다.

그야말로 울분을 토해낸 경기였다. 제라드는 최근 인터뷰에서 “나는 감독이 원하는 것을 받아 들였다. 선발 여부를 떠나 앞으로도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감독과 대화를 가진 뒤 잠시 팀을 떠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브랜든 로저스 감독과의 대화가 이적을 결심한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암시했다.

감독과의 ‘불화’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했어도 ‘서운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번 시즌 첫 MOM에 선정된 제라드, 제라드의 득점 직후 굳어진 로저스 감독의 표정만으로도 제라드가 왜 리버풀에 남았어야하는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