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출전 시간 59분, 0골 0도움, 슈팅 0회, 태클 1회, 파울 5회, 오프사이드 3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애는 쓰는데 부자연스럽고, 열정적인데 무리가 있었다. 죽었던 폼이 벌떡 살아나리라 낙관한 건 아니었어도 '엘니뇨'의 재림과는 거리가 멀었던 침묵이 꽤 답답할 법했다.
8일(한국시각)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2014/2015 코파 델 레이(국왕컵) 16강 1차전. AT마드리드가 공격수 토레스의 도움 없이 레알 마드리드를 2-0으로 잡았다. 라울 가르시아는 라모스를 등지는 경합에서 PK를 얻어내 직접 차 넣었고, 히메네스는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로 추가 골을 달성하며 달인 경지에 오른 세트피스 전술을 자랑했다.

아래로 내려가 관망한 뒤 수동적으로 대응한 AT. 모험적으로 덤벼들지 않았기에 공격 기회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리즈만이 폭넓게 움직이며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동안, 토레스는 라모스-바란 중앙 수비와 동일 선상에서 움직였다. 뒷공간으로 뛰어드는 '라인 브레이커'로서 연이어 오프사이드에 걸렸다.
의욕은 넘쳤다. 성실히 수비 블록을 구축했고, 결정적인 태클로써 빠른 공격 전환을 도왔다. 하지만 공격적으로는 여전히 아쉬웠다. 동료에게 볼을 내준 뒤 앞으로 나가 공간을 만들어야 할 장면. 이미 상대 수비가 두세 명씩 버틴 '죽은 공간'으로의 단독 드리블은 무리였다. 뒷공간을 남겨둔 채 전진한 상대 수비수와의 일대일 상황. 과감히 승부를 걸어야 할 지점에서 주춤한 탓에 눈앞의 공간을 놓쳤다.
고향으로 돌아온 심적인 안정감은 존재할 터다. 단, 수년간 쌓여온 부진이 멘탈 회복만으로 극복될지는 미지수다. 동료들과의 합을 맞추는 수준에서 달라질 문제인지 조금 더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 이제 막 한 경기를 치른 이 선수에게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으나, 망가진 몸 상태-플레이 스타일-신체적 나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못할 수도 있다.

토레스보다 탐났던 건 AT가 구현한 '거미줄 축구'였다. 기본적으로 선을 내리고, 볼 점유를 포기한 시메오네 감독. 30%대를 오간 볼 점유율은 최저 20%대까지 떨어진다. 대신 라인간, 선수간 간격을 바짝 좁히며, 끈적한 거미줄을 연상시켰다(상단 캡처① 참고). 레알은 최전방에 배치된 벤제마-베일이 아래로 내려와 볼을 받으려 했으나, 그 진영이 너무도 좁았다. 마르셀로를 측면 깊숙이 올려 패스 길목을 만들었지만, 우회한 루트에서도 확실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웅크리기만 한 건 아니다. AT는 볼이 움직이는 진영, 패스의 진행 방향에 따라 위로 올라서는 압박 형태도 띠었다. 그리즈만이 바란의 볼을 훔쳐 내달리는 등 투톱을 활용해 상대 중앙 수비의 빌드업부터 철저히 방해했다. 레알이 시도한 각각의 패스에 대해서도 훌륭하게 맞섰다. 상대 선수에 대한 일대일 마킹은 물론, 2~3m 이내에 머물던 팀 동료까지 빠르게 접근해 이를 둘러쌌다. 선수 영입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그보다 몇 단계 높은 축구를 시메오네는 하고 있었다(상단 캡처② 참고).
레알로선 크로스 및 세트피스 상황 외엔 AT 진영을 맘껏 드나들 수 없었다. 한 꺼풀 벗겨내면 바로 다음 껍질이 자리 잡고 있었고, 간격이 극도로 촘촘한 탓에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하기조차 버거웠다. 수비수를 제친 직후 노린 슈팅이 골대로 향하곤 했는데, 이마저도 대부분 박스 밖에서 나오며 높은 성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AT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끈적했다.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하는 속도, 상대가 치고 나올 것을 예측해 먼저 끊어내는 정확한 판단에 레알은 족족 걸려들었다. 거친 듯하면서도 깔끔하게 저지하던 스타일은 완벽에 가까웠다.
글=홍의택
사진=아틀레티코 마드리드
8일(한국시각)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2014/2015 코파 델 레이(국왕컵) 16강 1차전. AT마드리드가 공격수 토레스의 도움 없이 레알 마드리드를 2-0으로 잡았다. 라울 가르시아는 라모스를 등지는 경합에서 PK를 얻어내 직접 차 넣었고, 히메네스는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로 추가 골을 달성하며 달인 경지에 오른 세트피스 전술을 자랑했다.

아래로 내려가 관망한 뒤 수동적으로 대응한 AT. 모험적으로 덤벼들지 않았기에 공격 기회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리즈만이 폭넓게 움직이며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동안, 토레스는 라모스-바란 중앙 수비와 동일 선상에서 움직였다. 뒷공간으로 뛰어드는 '라인 브레이커'로서 연이어 오프사이드에 걸렸다.
의욕은 넘쳤다. 성실히 수비 블록을 구축했고, 결정적인 태클로써 빠른 공격 전환을 도왔다. 하지만 공격적으로는 여전히 아쉬웠다. 동료에게 볼을 내준 뒤 앞으로 나가 공간을 만들어야 할 장면. 이미 상대 수비가 두세 명씩 버틴 '죽은 공간'으로의 단독 드리블은 무리였다. 뒷공간을 남겨둔 채 전진한 상대 수비수와의 일대일 상황. 과감히 승부를 걸어야 할 지점에서 주춤한 탓에 눈앞의 공간을 놓쳤다.
고향으로 돌아온 심적인 안정감은 존재할 터다. 단, 수년간 쌓여온 부진이 멘탈 회복만으로 극복될지는 미지수다. 동료들과의 합을 맞추는 수준에서 달라질 문제인지 조금 더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 이제 막 한 경기를 치른 이 선수에게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으나, 망가진 몸 상태-플레이 스타일-신체적 나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못할 수도 있다.

토레스보다 탐났던 건 AT가 구현한 '거미줄 축구'였다. 기본적으로 선을 내리고, 볼 점유를 포기한 시메오네 감독. 30%대를 오간 볼 점유율은 최저 20%대까지 떨어진다. 대신 라인간, 선수간 간격을 바짝 좁히며, 끈적한 거미줄을 연상시켰다(상단 캡처① 참고). 레알은 최전방에 배치된 벤제마-베일이 아래로 내려와 볼을 받으려 했으나, 그 진영이 너무도 좁았다. 마르셀로를 측면 깊숙이 올려 패스 길목을 만들었지만, 우회한 루트에서도 확실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웅크리기만 한 건 아니다. AT는 볼이 움직이는 진영, 패스의 진행 방향에 따라 위로 올라서는 압박 형태도 띠었다. 그리즈만이 바란의 볼을 훔쳐 내달리는 등 투톱을 활용해 상대 중앙 수비의 빌드업부터 철저히 방해했다. 레알이 시도한 각각의 패스에 대해서도 훌륭하게 맞섰다. 상대 선수에 대한 일대일 마킹은 물론, 2~3m 이내에 머물던 팀 동료까지 빠르게 접근해 이를 둘러쌌다. 선수 영입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그보다 몇 단계 높은 축구를 시메오네는 하고 있었다(상단 캡처② 참고).
레알로선 크로스 및 세트피스 상황 외엔 AT 진영을 맘껏 드나들 수 없었다. 한 꺼풀 벗겨내면 바로 다음 껍질이 자리 잡고 있었고, 간격이 극도로 촘촘한 탓에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하기조차 버거웠다. 수비수를 제친 직후 노린 슈팅이 골대로 향하곤 했는데, 이마저도 대부분 박스 밖에서 나오며 높은 성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AT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끈적했다.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하는 속도, 상대가 치고 나올 것을 예측해 먼저 끊어내는 정확한 판단에 레알은 족족 걸려들었다. 거친 듯하면서도 깔끔하게 저지하던 스타일은 완벽에 가까웠다.
글=홍의택
사진=아틀레티코 마드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