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익숙한 흐름이다. 21라운드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거둔 승점은 37. 지난해 숱하게 질타를 받았던 모예스 체제와 동률이다. 이적 시장에서 2,500억원을 쏟아부으며 '공중부양'을 꿈꿨으나 길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주전 멤버가 대거 이탈해 '공중분해'가 예상됐던 사우샘프턴이 줄곧 상위권에 머물며 리그 판도를 설계하고 있다.
12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라포드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에서 맨유가 사우샘프턴에 0-1로 무너졌다. 3위 자리 굳히기와 뒤집기가 충돌한 이번 대결에서 맨유는 4위로 내려앉았다. 부상자들이 복귀했다는 기대감도 잠시, 끝내 득점에 실패했다. 아스널이 '4위 회귀 본능'을 강하게 일으키며 승점 1점 차로 추격한 마당에 챔피언스리그권을 수성한다는 보장도 없다.
잘 되면 '뚝심', 안 되면 '고집' 혹은 '아집'. 판 할이 내세워온 스리백은 후자에 가까웠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에 접목한 스리백을 맨유에 이식한 것까지는 신선했으나, EPL 안착은 쉽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뭇매를 맞고선 포백으로 회귀했거늘, 재차 스리백을 꺼내 들며 또 다시 표류하기 시작했다. 선수 구성 및 실제 경기력을 두루 따졌을 때, 내용도 결과도 잡지 못하는 다소 답답한 그림이다.
지난 여름 기네스컵 때만 해도 반할표 스리백에는 칭찬 일색이었다. 상대 압박을 풀어헤친 뒤의 전환 속도가 더디다는 점, 이 과정에서 공격에 참여할 실질적인 숫자가 부족하다는 점 등에서 우려를 남겼으나, 일단 결과가 나왔기에 간과됐다. 프리시즌에서의 성공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고, '과연 스리백으로 9개월에 달하는 한 시즌을 통째로 버틸 수 있느냐'는 물음을 던질 시기를 놓쳤다. 사람에 따라 입힐 옷을 정하는 게 아닌, 옷을 정해놓고 사람을 끼워 맞추려는 느낌이 강했으나, 시즌 개막이 급했다.
그간 스리백을 썼던 경기와 비교했을 때, 사우샘프턴전 전반전만큼은 템포 면에서 괜찮았다. 앞으로 나오려는 상대를 줄기차게 받아치며 전진한 덕분. 패스 루트를 꾸준히 만들어 볼이 특정 지점에 묶여 있는 경우를 최소화했다.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상단 일러스트 내 A 지점)을 쉽게 드나들었기에 앞선에서의 볼 점유나 경기 주도권을 잡기가 수월했고, 맞불을 놓는 양상과 맞물려 조금 더 빠르고 역동적인 경기가 나왔다.
볼을 보낼 포인트를 늘린 것, 즉 빌드업의 분산이 주효했다. 스몰링을 미끼로 놓고 블린트, 필존스가 넓게 벌려 볼 받을 채비(기네스컵 때보다 조금 더 자연스러웠다)를 하면서 루니-캐릭에 몰릴 압박의 하중을 줄였다. 때로는 스몰링이 직접 드리블로 볼을 배달했고(치명적인 실수도 있었지만), 때로는 데 헤아가 백패스를 처리하며 공격 전개의 시발점이 됐다. 여기에 캐릭이 뽑아내는 패스 줄기 역시 괜찮은 편이었다. 그 결과 압박 수준이 상당했던 상대도 계속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측면으로의 볼 투입도 성과를 냈다. 오른쪽 윙백 발렌시아는 드리블 패턴 및 볼을 처리하는 경우의 수가 다소 제한된 자원. 그럼에도 중앙에서 돌던 볼이 횡패스를 통해 측면으로 열렸을 때, 종적으로 내달리며 상대를 혼돈으로 몰고갈 수 있었다. 속도를 붙여 뛰어들어간다면 미리 수를 간파한 상대 수비도 빠르게 반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중앙과 측면을 적절한 비율로 혼용한 것이 맨유엔 큰 힘이었다.
문제는 볼이 최종 목적지에 좀처럼 다다르지 못했다는 점. 상대 수비의 튼실함도 있었지만, 챔피언스리그권에서 경쟁하는 팀이라기엔 맨유가 지닌 창이 너무도 무뎠다. 두 팀의 공수 전환이 빨랐기에 기본적으로 뛰어가면서 패스를 받을 장면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선수 간 거리가 멀어 조금 더 정확한 패스와 이를 받아낼 섬세하고도 약속된 움직임이 요구됐지만,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컸다.
캐릭이 주로 백스텝을 밟으며 볼 받을 루트를 하나 더 만들었다면, 루니는 공격 작업에 치중했다. 적극적으로 드리블을 치며 좌우 측면으로 롱패스를 제공하거나, 문전으로 접근해 마무리하려는 욕심을 냈다. 다만 돌격대장이 돼 상대를 몰아치긴 했어도 세밀한 맛은 떨어졌다. 단순히 패스 성공률이라는 수치를 떠나, 팀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해 유리한 상황을 만들 만큼 결정적인 연결고리를 놓지는 못했다.
전반전만 해도 맨유의 공격은 넓은 공간에서 이뤄졌다. 아래에 웅크린 팀을 상대로 속 터지는 경기를 했을 때보다는 조금 더 시원한 플레이를 했으나, 모처럼 주어진 공간을 누리질 못했다. 상대 수비를 최소 두 명씩 끌고 다니며 동료에게 기회를 제공하리라 기대한 디 마리아의 드리블도 소용이 없었고, 판 페르시와 마타는 계속해서 따로 놀았다. 공격진의 상생이 어긋났을 때, 맨유는 박스 안에서 볼을 잡기조차 버거웠다.
전반전에 페이스를 급격하게 올렸을 만큼 선제골도 절실했다. 박싱데이와 FA컵을 거치면서 축적된 피로도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후반 24분 실점까지 하며 더 힘들어졌다. 사우스햄튼이 슬슬 라인을 내리며 앞으로 달려들지 않자 지공 상황이 연이어 이어졌고, 좁은 공간을 잘게 썰어 요리하는 데 취약했던 맨유로선 엄청난 부담을 안아야 했다.
공수 양면에서 줄기차게 뛰던 루니를 투톱 자리로 올렸으나, 이미 체력적으로 처진 상태였다. 세밀한 플레이메이킹을 하지 못할 바에야 펠라이니의 높이로 세컨볼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었는데, 확실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상대 골문으로부터 3~40m 떨어진 지점까지는 잘 전진하지만, 그 앞으로는 더 나아가지 못하는 내실 없는 축구가 이어졌다.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음에도 정답이 쉬이 나오질 않는다. 그럴수록 퍼거슨에 대한 향수는 더욱 짙어진다. '아, 꾸역꾸역 승점 3점 챙기기도 정말 어려운 것이었구나'.
글=홍의택
12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라포드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에서 맨유가 사우샘프턴에 0-1로 무너졌다. 3위 자리 굳히기와 뒤집기가 충돌한 이번 대결에서 맨유는 4위로 내려앉았다. 부상자들이 복귀했다는 기대감도 잠시, 끝내 득점에 실패했다. 아스널이 '4위 회귀 본능'을 강하게 일으키며 승점 1점 차로 추격한 마당에 챔피언스리그권을 수성한다는 보장도 없다.

잘 되면 '뚝심', 안 되면 '고집' 혹은 '아집'. 판 할이 내세워온 스리백은 후자에 가까웠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에 접목한 스리백을 맨유에 이식한 것까지는 신선했으나, EPL 안착은 쉽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뭇매를 맞고선 포백으로 회귀했거늘, 재차 스리백을 꺼내 들며 또 다시 표류하기 시작했다. 선수 구성 및 실제 경기력을 두루 따졌을 때, 내용도 결과도 잡지 못하는 다소 답답한 그림이다.
지난 여름 기네스컵 때만 해도 반할표 스리백에는 칭찬 일색이었다. 상대 압박을 풀어헤친 뒤의 전환 속도가 더디다는 점, 이 과정에서 공격에 참여할 실질적인 숫자가 부족하다는 점 등에서 우려를 남겼으나, 일단 결과가 나왔기에 간과됐다. 프리시즌에서의 성공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고, '과연 스리백으로 9개월에 달하는 한 시즌을 통째로 버틸 수 있느냐'는 물음을 던질 시기를 놓쳤다. 사람에 따라 입힐 옷을 정하는 게 아닌, 옷을 정해놓고 사람을 끼워 맞추려는 느낌이 강했으나, 시즌 개막이 급했다.
그간 스리백을 썼던 경기와 비교했을 때, 사우샘프턴전 전반전만큼은 템포 면에서 괜찮았다. 앞으로 나오려는 상대를 줄기차게 받아치며 전진한 덕분. 패스 루트를 꾸준히 만들어 볼이 특정 지점에 묶여 있는 경우를 최소화했다.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상단 일러스트 내 A 지점)을 쉽게 드나들었기에 앞선에서의 볼 점유나 경기 주도권을 잡기가 수월했고, 맞불을 놓는 양상과 맞물려 조금 더 빠르고 역동적인 경기가 나왔다.
볼을 보낼 포인트를 늘린 것, 즉 빌드업의 분산이 주효했다. 스몰링을 미끼로 놓고 블린트, 필존스가 넓게 벌려 볼 받을 채비(기네스컵 때보다 조금 더 자연스러웠다)를 하면서 루니-캐릭에 몰릴 압박의 하중을 줄였다. 때로는 스몰링이 직접 드리블로 볼을 배달했고(치명적인 실수도 있었지만), 때로는 데 헤아가 백패스를 처리하며 공격 전개의 시발점이 됐다. 여기에 캐릭이 뽑아내는 패스 줄기 역시 괜찮은 편이었다. 그 결과 압박 수준이 상당했던 상대도 계속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측면으로의 볼 투입도 성과를 냈다. 오른쪽 윙백 발렌시아는 드리블 패턴 및 볼을 처리하는 경우의 수가 다소 제한된 자원. 그럼에도 중앙에서 돌던 볼이 횡패스를 통해 측면으로 열렸을 때, 종적으로 내달리며 상대를 혼돈으로 몰고갈 수 있었다. 속도를 붙여 뛰어들어간다면 미리 수를 간파한 상대 수비도 빠르게 반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중앙과 측면을 적절한 비율로 혼용한 것이 맨유엔 큰 힘이었다.

문제는 볼이 최종 목적지에 좀처럼 다다르지 못했다는 점. 상대 수비의 튼실함도 있었지만, 챔피언스리그권에서 경쟁하는 팀이라기엔 맨유가 지닌 창이 너무도 무뎠다. 두 팀의 공수 전환이 빨랐기에 기본적으로 뛰어가면서 패스를 받을 장면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선수 간 거리가 멀어 조금 더 정확한 패스와 이를 받아낼 섬세하고도 약속된 움직임이 요구됐지만,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컸다.
캐릭이 주로 백스텝을 밟으며 볼 받을 루트를 하나 더 만들었다면, 루니는 공격 작업에 치중했다. 적극적으로 드리블을 치며 좌우 측면으로 롱패스를 제공하거나, 문전으로 접근해 마무리하려는 욕심을 냈다. 다만 돌격대장이 돼 상대를 몰아치긴 했어도 세밀한 맛은 떨어졌다. 단순히 패스 성공률이라는 수치를 떠나, 팀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해 유리한 상황을 만들 만큼 결정적인 연결고리를 놓지는 못했다.
전반전만 해도 맨유의 공격은 넓은 공간에서 이뤄졌다. 아래에 웅크린 팀을 상대로 속 터지는 경기를 했을 때보다는 조금 더 시원한 플레이를 했으나, 모처럼 주어진 공간을 누리질 못했다. 상대 수비를 최소 두 명씩 끌고 다니며 동료에게 기회를 제공하리라 기대한 디 마리아의 드리블도 소용이 없었고, 판 페르시와 마타는 계속해서 따로 놀았다. 공격진의 상생이 어긋났을 때, 맨유는 박스 안에서 볼을 잡기조차 버거웠다.

전반전에 페이스를 급격하게 올렸을 만큼 선제골도 절실했다. 박싱데이와 FA컵을 거치면서 축적된 피로도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후반 24분 실점까지 하며 더 힘들어졌다. 사우스햄튼이 슬슬 라인을 내리며 앞으로 달려들지 않자 지공 상황이 연이어 이어졌고, 좁은 공간을 잘게 썰어 요리하는 데 취약했던 맨유로선 엄청난 부담을 안아야 했다.
공수 양면에서 줄기차게 뛰던 루니를 투톱 자리로 올렸으나, 이미 체력적으로 처진 상태였다. 세밀한 플레이메이킹을 하지 못할 바에야 펠라이니의 높이로 세컨볼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었는데, 확실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상대 골문으로부터 3~40m 떨어진 지점까지는 잘 전진하지만, 그 앞으로는 더 나아가지 못하는 내실 없는 축구가 이어졌다.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음에도 정답이 쉬이 나오질 않는다. 그럴수록 퍼거슨에 대한 향수는 더욱 짙어진다. '아, 꾸역꾸역 승점 3점 챙기기도 정말 어려운 것이었구나'.
글=홍의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