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피플] 이흥실 감독대행, “닥공 시즌2의 비밀은…”
입력 : 2012.01.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전북 현대는 지난해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 정복은 아쉽게 실패했지만 닥공은 아시아 전역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 중심에는 공격 축구를 추구한 최강희 감독이 있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1년 6개월 뒤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대표팀으로 떠났다. 그리고 6년 반 동안 최강희 감독을 가까이에서 보좌한 이흥실(51)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잠시 팀을 맡게 됐다.

이 감독대행에게 2012년은 도전의 해가 됐다. 그에게는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타이틀 수성과 함께 아시아 챔피언 그리고 닥공의 계승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아직 전북에는 최강희 감독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있다. 게다가 우승팀의 수장이라는 중책은 신임 감독에게 부담이 되기 충분하다. 브라질 전지훈련을 떠나기 직전 그를 만난 이유이기도 했다.

부담과 압박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이 감독대행은 걱정하지 않았다.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여유를 드러내며 최강희 감독의 빈 자리를 채우겠다는 자신감을 표출했다. 오랫동안 최강희 감독과 함께한 만큼, 그가 추구한 축구를 어떻게 이어갈 지 알기 때문이었다.



닥공 시즌2는 볼 점유율과 중거리슛

2011년 K리그 최고의 히트상품은 두말할 것 없이 전북의 닥공이라 하겠다. 지난해 전북이 보여준 닥공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출전팀 관계자 세미나에서도 닥공을 프리젠테이션할 정도였다.

최강희 감독은 전북의 K리그 우승이 확정된 뒤 “2012년은 닥공 시즌2”라고 공언해 올해 보여줄 닥공의 업그레이드판에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이 감독대행이 새로운 닥공을 공개했다. 지난해 닦아놓은 기반에 ‘볼 점유율’과 ‘중거리슛’을 보강하는 것이다.

이 감독대행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올 시즌 볼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북은 매 경기 6대4 전후의 볼 점유율로 경기를 우세하게 풀어갔다. 계속된 공격의 바탕에는 높은 볼 점유율이 있었다. 여기에 그는 전체적인 볼 점유율을 높여 경기를 지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우리가 공격이나 미드필드에서의 볼 점유율은 높았지만 수비부터는 그러지 않았다. 앞에서 워낙 공격적으로 하다 보니 수비라인이 자기도 모르게 올라왔고 역습을 허용했다. 그래서 그것을 안전하게 하고 경기 운영을 높이기 위해 볼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한 것이다.”

이 감독대행은 기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더욱 볼 점유율을 높여 안정적이고 주도적인 경기를 펼치려 한다. 쉴 새 없는 공격을 위해서는 상대를 압박하는 볼 점유율이 필요하기 대문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의 밀집수비를 흔드는 공격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이 두 번째 키포인트인 중거리슛이다.

“수비적인 팀을 상대하면 볼을 투입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공격만 하면 역습을 허용한다. 그래서 미드필드에서 볼을 점유한 뒤 중거리슛으로 공격하려고 한다. 득점이 되지 않아도 중거리슛을 하면 수비가 벌어진다. 그러면 미드필드에서 전방으로 월패스나 침투패스를 해 득점을 노릴 수 있다.”

이러한 공격 전술 구상은 김정우가 있기에 가능하다. 중거리슛과 전진패스에 능한 김정우가 중원에서 이처럼 상대를 공략한다면 이 감독대행이 머릿속에서 그리는 모습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 감독대행은 김정우 외에도 황보원, 김상식, 정훈 등 중앙 미드필더 요원들이 이 역할을 해낼 것으로 믿었다.



봉동이장 없지만 전북은 흔들리지 않는다

올 시즌 전북을 바라보는 이들은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다. 최강희 감독이 없는 전북이 과연 지난해만큼의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여부다. 더구나 전북은 신임 감독이 아닌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맞이하기로 했다. 다소 불안정한 체제에서 1년 6개월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감독대행의 생각은 달랐다. 감독대행 체제지만 이전의 다른 팀들이 한 감독대행 체제와 전북의 감독대행 체제는 다르다는 것이다.

“정식 절차로 취임한 감독대행이 있었는가? 모두 시즌 도중에 올라와서 감독대행을 맡았다. 그러다 보니 이전 감독과 자신이 하려는 것 사이에 간격이 생겼다. 하지만 난 동계훈련 전 팀을 맡았고 선수들이 어떤 것을 요구하는 지 안다. 처음부터 내 색깔로 대비할 수 있다.”

또한 이 감독대행은 선수들의 동요가 없고 평소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며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훈련 모습도 이전과 다르지 않으며 팀 분위기도 활기차 시즌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며 크게 웃었다. 최강희 감독을 도와 6년 반 동안 전북에서 땀을 흘리면서 선수들의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파악한 것이 컸다.

“브라질 전지훈련을 가기 전 2~3일 정도 팀 훈련을 했는데 분위기가 좋았다. 최강희 감독님이 안 계시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훈련 스케줄과 방법이 바뀌지 않았고 선수들 생활 관리도 똑같다. 선수들이 어색해하거나 흔들리는 일이 없다.”

코칭스태프의 변화를 주지 않은 것도 영향이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신홍기 코치가 대표팀으로 잠시 떠난 자리에는 전북 U-18팀 감독인 조성환 감독이 코치로 임명됐다. 조성환 코치도 최강희 감독, 이 감독대행 밑에서 코치를 맡은 경험이 있다. 전북을 아는 이들이 여전히 코칭스태프를 구성했기에 흔들림이 없는 것이다.

“팀 분위기를 바꾸기 싫었다. 새로운 코치가 오면 선수 파악을 하고 변화가 생긴다. 그래서 팀을 아는 조성환 코치를 올리며 최대한 유지하도록 했다.”



올해도 목표는 K리그와 ACL 우승

2012년의 전북은 2011년과 마찬가지로 두 마리 토끼만 잡기로 했다. 바로 K리그 2연패와 지난해 아쉽게 놓친 ACL 우승이다. 예년에 비해 빡빡한 일정이지만 지난해 효과를 본 더블 스쿼드 운용으로 두 대회에서 정상을 노리고 있다.

이 감독대행은 구체적인 운영 계획도 세워놨다. K리그가 44라운드 풀리그로 진행되는 만큼 스플릿 시스템으로 들어가기 전 최소 2~3위를 유지해 우승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K리그에서의 상위 성적은 ACL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전북이 K리그에서 꾸준히 선두를 유지했기에 ACL에서 K리그 성적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다.

“올해도 K리그와 ACL을 병행한다. K리그는 30라운드를 치를 때까지 2~3위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30라운드까지 홈경기는 15번인데 홈에서는 절대 패하지 않겠다. 그리고 남은 14경기에서 뒤집을 것이다. ACL은 1차적으로 조별리그에서 최소 4승 1무 1패 이상을 거둬 토너먼트에 오르려 한다.”

그는 성남, 광저우 헝다전이 우승을 향한 초반 분위기를 잡아가는데 중요한 경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북은 3월 3일 성남과 K리그 개막전을 치르고 4일 뒤인 3월 7일에는 광저우와 ACL 조별리그 첫 경기를 한다. 전북에 있어 다행히도 두 경기 모두 홈에서 치른다.

“초반에 부담스러운 상대를 만났다. 그러나 두 경기를 모두 이기면 분위기를 탈 수 있다. 성적 부담도 있고 걱정이 많지만 내게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선수들을 믿는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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