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도 져도 스트레스로 녹다운 된 K리그
입력 : 2012.08.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광양] 윤진만 기자= 2012 시즌 한국프로축구 16개 구단의 가장 큰 적은 스트레스다.

16개 구단 선수단은 스플릿 시스템 도입으로 경기수가 44경기로 늘어나면서 7월 흔들리더니 8월 무더위로 녹다운 됐다. 사흘 간격의 빡빡한 일정 때문에 선발 구성에 변화를 주자니 승점이 울고, 매경기 승점에 목숨을 걸자니 선수들이 운다.

팀당 30경기 결과로 상위리그(1~8위), 하위리그(9~16위)로 나뉘는 스플릿 시스템의 존재 때문에 8월 중순이면 다음시즌을 준비하던 하위권 팀도 승점 확보를 위해 한 경기도 놓칠 수 없다. 이흥실 전북 감독대행은 “이제는 쉬운 팀이 한 팀도 없다”며 수면 위로 드러난 스플릿 시스템 압박에 혀를 내둘렀다.

12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포항전에선 K리그를 감싼 스트레스의 최신 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7위에 머무르며 상위리그 진입을 노리는 포항과 구단 역사상 최악의 부진을 겪는 최하위 전남은 구단 사정이 달랐지만 지도자의 속은 같았다.

포항은 빡빡한 일정과 선수들의 줄부상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노병준이 전북전에서 박원재와의 충돌로 안면을 다쳤고, 그 전 김다솔, 김태수 등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전남전에는 신진호가 전북전 퇴장 징계로 결장했다. 한 달 만에 선발 명단에 오른 김진용이 노병준의 공백을 메우고, 황진성의 원맨쇼와 선수들의 높은 정신력으로 4-3 승리를 지켰다. 하지만 경기 후 잔디에 누운 선수들의 모습처럼 포항은 지칠대로 지쳤다.

황선홍 감독은 “오늘 교체 명단에 풀백만 네 명이다. 교체 선수가 마땅치 않다”고 한숨을 내쉬며 “여름 휴식기에 2~3일 쉰 것 말고는 선수들이 거의 쉬질 못했다. 올 시즌 성적도 신통치 않아서 선수들이 체력 외에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팀이 계속해서 뒤로 밀려간다는 느낌이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규리그 3경기와 FA컵 1경기를 남겨뒀다. 그 후에 2주 간의 휴식을 얻고 스플릿 경기를 시작한다. 최대한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전남 측은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 팀 성적은 포항전 포함 11경기 연속 무승(2무 9패)하며 창단 이후 처음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10일 정해성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임해 사령탑도 공석이다. 전남 관계자는 “정해성 감독님이 결정을 내리시기 전까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다. 제 얼굴도 많이 상했지만 감독님은...요새 정말 힘들다”라고 구단 분위기를 설명했다.

전남은 이날도 전반을 2-1로 앞선 채 끝냈지만 후반 6분 동안 집중력 부족으로 두 골을 내주고 중반 한 골을 더 내줬다. 지난 3경기와 마찬가지로 한 골차 패배를 기록했다. 선수들은 잔디 위에 주저 앉아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윤덕여 수석코치는 “감독님도 그랬지만 지금 선수들을 보면 너무 안쓰럽다. 자꾸 지면 경기장 나가는 게 두려워 질 수도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승리가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새 감독이 오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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