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함성도, PK 야유도 잊은 적막한 인천경기장
입력 : 2012.06.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인천] 윤진만 기자=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무관중 경기는 예상대로 적막했다.

14일 인천-포항전이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들리는 건 선수들의 기합소리, 코칭 스태프의 지시, 주심의 호각 소리뿐이다. 일부 팬이 경기장 밖에서 북을 치며 응원의 함성을 보냈지만 파장은 작았다. 팬의 함성에 둘러싸여 미처 듣지 못한 경기장 위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친선전, 아마추어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축구의 참 모습이다. 인천 골키퍼 유현이 수비진에 지시를 내릴 때 고음이 나온다는 걸 처음 알았다. 경기 몰입도도 다른 때보다 높았다. 관중석에 시선을 돌릴 필요가 없는 탓이다. 축구 게임 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경기는 선명하고 생생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프로스포츠의 존재 이유인 팬을 빼놓고 치른 경기는 역시 맥이 빠졌다. 28분 코너킥 상황에서 정혁이 띄운 코너킥을 정인환이 헤딩골을 넣었을 때 철창 사이로 경기를 지켜본 팬들의 함성은 경기장 안 선수들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정인환 외 인천 선수들은 홈팀 벤치에서 조용히 그들만의 골 뒤풀이를 했다. 격려하는 포항 팬도 없어 양 팀 선수들은 감정의 폭이 크지 않았다. 득점 팀이나 실점 팀 모두 느린 걸음으로 본 대형을 갖추고 경기를 속개했다. 44분 포항의 페널티킥 장면에서도 야유가 없으니 긴장감이 떨어졌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인천 수비수 이윤표의 목소리만 공중에 휘날렸다.

90분 경기는 승자와 패자를 남기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에 포항의 김원일이 헤딩 동점골을 넣었다. 승자, 패자를 남기지는 않았으나 아쉬움을 남겼다. 동물원에 구경 온 마냥 철창 사이로 경기를 지본 팬들, 응원하는 사람이 없어 힘 빠지는 선수들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사상 첫 무관중 경기의 교훈은 단 하나다. 다시는 팬 난동으로 인한 무관중 경기가 나와선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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