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에닝요, 부모님 앞서 골 넣고 머리 긁적인 이유는?
입력 : 2012.06.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전주] 류청 기자= 아들은 골을 넣고도 크게 환호하지 못했고, 아버지는 골 넣은 아들에게 잔소리를 했다. 전북 현대 공격의 핵 에닝요(31, 전북) 부자 이야기다.

에닝요는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경남FC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17라운드 경기에서 골과 도움을 하나씩 올렸다. 에닝요의 활약 속에서 전북은 경남을 5-3으로 격파하고 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는 에닝요에게 특별했다. 부모님과 누나 부부가 브라질에서 날아와 경기를 관전했다. 아버지 에니오 올리베이라 씨는 에닝요의 유니폼을 입고 시종일관 경기를 주의 깊게 봤다. 에니오 올리베이라 씨는 축구선수 출신으로 감독까지 했던 축구인이다. 그는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에닝요는 가족들 앞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그런데 에닝요는 잠잠했다. 후반16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어퍼컷 세레모니를 펼쳤지만, 가족들을 향해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20시간이 넘는 비행을 견디고 브라질에서 한국으로 날아온 가족들이 서운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경기가 끝나고 만난 에닝요는 별다른 세레모니를 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그는 “가족들 앞이라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라며 웃었다. 이어 “아예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다. 소심하게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서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은 다른 곳에 있었다. 아버지의 말에 에닝요의 행동의 비밀이 단번에 풀렸다. 에니오 올리베이라 씨는 “날씨 탓인지 아들의 스피드도 떨어졌고, 결정을 지어야 할 때도 결정력이 떨어졌다”라며 “집에 오면 혼을 내야겠다”라고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지만, 경기력은 별개의 문제였던 것이다.

에닝요의 메니지먼트를 당당하고 있는 투비원의 김원희 대표는 “에닝요의 아버지가 경기를 지켜보면서 아들의 경기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에닝요의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관전했다. 김 대표는 에닝요가 세레모니를 크게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에닝요 아버지는 페널티킥은 득점으로 쳐주지 않는다.”

아버지의 냉정함은 에닝요가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 에닝요는 축구인 집안에서 크면서 스스로를 채찍질 해왔던 것이다. 물론 아버지가 아들에게 항상 냉정한 것은 아니다. 페널티킥을 득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던 아버지는 에닝요가 골을 터뜨렸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을 벌려 환호했었다. 아버지는 어쩔 수 없는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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