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코칭스태프-직원 총사퇴...'경남 미스터리'의 내막
입력 : 2012.06.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배진경 기자= 도민구단 경남FC가 창단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시즌 중 팀이 와해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코칭스태프와 전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선수단은 물론이고 팬심도 동요하고 있다. 표면상 구단 재무개선을 위한 결의라고 하지만 구단 안팎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석연치 않은 내막을 품고 있다.

코칭스태프-직원 총사퇴 논란
경남은 25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건강상 이유로 일선에서 물러난 전형두 대표이사 대신 권영민 경남체육회 상근부회장을 임시 대표이사로 선출했다. 이어 구단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코칭스태프와 전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메인스포서인 STX가 광고 후원계약을 하향 조정해달라고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STX는 2006년부터 매년 40억원 씩 지원해왔다. 2014년까지 동일하게 적용되는 후원계약금이다. 하지만 최근 조선해양분야 경기 부진으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연간 후원금을 20억원으로 축소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후원금이 축소되면 팀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자구책의 일환으로 구단 사무국 구조조정을 통해 운영비를 절감하기로 했다. 코칭스태프와 전직원 사직서 제출이라는 초강수가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이사회의 결정은 상식선을 벗어났다. 당장 현장에서 뛸 사람이 없다. 필드에서 팀을 이끄는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경기 운영과 지원에 필요한 현장 업무에 공백이 생긴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의 전형이다. 사직을 권고하는 과정도 일방적이었다. 전직원 회의를 소집해 놓고 해고를 통보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직원 대부분은 이사회 결정에 불복할 뜻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떠날 때 떠나더라도 이런 식의 전례는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맞서고 있다.

자구책 마련? 일괄 사퇴는 감축안이 될 수 없다
문제의 본질은 코칭스태프와 사무국이 일괄적으로 사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나마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무국 직원들이 모두 떠난다고 해서 구단 살림살이가 확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강도 높은 자구책이라면 차라리 한해 80억원 가까이 들어가는 선수단 운영비를 줄이고, 스폰서 영입을 더 늘리는게 현실적이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왔다. 젊은 선수들을 스타로 키워내 매 시즌 현금 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충당해왔다. 까보레, 뽀뽀에서부터 윤빛가람, 김주영에 이르기까지 스타 선수들을 타팀으로 보내는 아픔을 감수해왔다. 경남의 생존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사회 결정으로 확인한 사실은 팀 운영에 대한 의지도 여력도 없다는 것이다. 선수를 길러내고 경쟁력을 키워야 할 인물들을 내치겠다고 했다. 구단 살림살이와 대외 업무를 도맡아 할 사람들의 기를 완전히 꺾어놓았다. 사무국 전직원의 사직을 요구해놓고 재정이사, 홍보이사, 기술이사 직책을 신설한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일할 사람은 사라지고 결정권자만 늘어나는 모양새다.

인사에 흔들리는 도민구단 미래는?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경남도청이 구단을 입맛에 맞게 주무르기 위해 '코드' 성향이 다분한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사회 구성을 보면 그 개연성을 수긍할 수 있을 정도다. 구단 직원들 사이에서 '이사회 결정에 따라 일단 형식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계속 남아있을 사람이 있다'는 말이 떠도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석이 된 구단 사무직에 일을 부리기 쉬운 인물들을 배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도민구단의 태생적인 한계지만, 도청의 간섭이 시작되면 경남은 구단주가 바뀔 때마다 홍역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자립적인 운영을 유지했던 경남의 파행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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